게임 인생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순간들 (2)
02 May 2017일이 여전히 많고 해서(…) 또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보는 인상깊은 순간들;
그 중에서 오늘은 오랜 기간동안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격투 게임류 위주로 써봄.
스트리트 파이터 2
- 역시 격투 게임 중에 뇌리에 콕 박힐 수 밖에 없는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2. 처음 봤을 때, 두 명의 플레이어가 서로를 상대하는 게 그렇게 재밌어 보였다.
- 그리고 바로 도전하지 못했지. 왜냐면 싸움에서 지는 플레이어는 무려 100원을 잃는데, 이는 돈 없는 초딩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무시무시한 싸움이었으니;
- 그래서 나의 초기 전략은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오랫동안 보고, 충분히 익숙해졌을 무렵 가장 안전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었다.
- 그리하여 지금도 생각나는 야비로운 기술
- (점프 약킥) - (앉아 약킥 연타)
- 쓰러진 상대에게 앉아 (약킥 몇 타) - (잡기)
- 대기군인의 (앉아 중킥) + (썸머 솔트) + (소닉붐) 삼위일체. 이런 야비로운 기술도 서슴없이 썼다. 큰 돈(=100원)이 걸린 문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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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대전에도 야비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게임의 재미와는 상관없이 서슴없이 썼다. 지금도 기억나는 거라면 장기에프를 상대할 때는 화면 끝까지 가서 점프 강킥만 줄창 쓰는 방법 정도?;
- NPC 대전 상대 7명을 이겼을때, 갑자기 숨겨진 보스 4인이 나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 그리고 그 4명은 정말 쎄 보였다;;; 덩치가 보통의 캐릭터보다 크고 위압감이 있었지. 거기다 발로그는 (국내명: 베가) 그 덩치로 빠르기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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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스인 베가의 (국내명: M. 바이슨) 싸이코 크러쉬는 보스 보정 때문에 제대로 맞았을 경우 HP 2/3를 날리곤 했었지. 초딩에게는 공포 그 자체.
- 류나 켄, 대기군인 가지고 정석적인 견제 플레이밖에 할줄 몰랐던 나는 어느날 충격적인 플레이를 보게 된다.
- 돌진기를 갖고 있는 NPC, 그러니까 블랑카나 혼다 같은 경우 딸피 상태가 되면 플레이어로부터 떨어져서 웅크려 있다가 돌진기를 쓴다. (블랑카의 경우 강 롤링어택, 혼다의 경우 슈퍼박치기)
- 근데 그걸 타이밍을 잘 맞춘 승룡권으로 깨는 걸 봄. “세상에,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타이밍에 도박을 걸 수 없었던 초딩에게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무적 시간의 존재를 알 수 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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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는 얼마간 연습한 뒤 타이밍 좋게 쓴 승룡권을 가지고 베가의 사이코 크러쉬와 더블 헤드 프레스를 파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격투 바보가 등장하는 엔딩을 처음 보았다.
- 스파2의 경우 워낙 오랜 기간동안 사람들이 플레이하다 보니 별별 버그 플레이가 횡행하게 되었는데, 내 스스로 써먹고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대기군인의 것들…
- 학다리, 상대를 던져붙이기(?), 그리고 금기의 그림자던지기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었다. 7번 정도 그림자던지기를 쓰면 라운드를 종료할 수 있었지…
- 아 물론, 간이 작고 담대하지 못했던 나는 컴퓨터 대전 상대에게만 써먹었다;
다크 스토커즈
- 그 시절 용돈을 게임 센터에 퍼부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 게임 센터는 정말로 ‘대 격투 게임 시대’가 열리게 된다.
- 캡콤과 SNK가 경쟁하듯 게임을 내놓는 와중에, 다크 스토커즈라는 게임이 우리 동네의 게임 센터에 들어왔는데, 오오, 등장 캐릭터가 모두 몬스터임. 뱀파이어/서큐버스/좀비/오니무샤/늑대인간/인어/고양이인간?/사스콰치 등등, 오오.
- 생각해보니, 대마계촌에 푹 빠져서 플레이 했던 것도 그랬고, 초딩 시절의 나는 유난히 인간형 몬스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던 거 같다.
- 다크 스토커즈는 정말 열심히 플레이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거의 모든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 플레이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안나지만;;; 오니무샤 캐릭터 플레이가 좀 까다로웠다; 정도만 기억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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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주캐를 꼽아보면 디미트리와 사스콰치였는데, 생각해보니 다크 스토커즈에서 처음으로 가드 캔슬기의 개념을 익힐 수 있었다. 디미트리의 승룡계 필살기를 가드상태에서 억지로 넣다보니 알게 됨.
- 어느날 동네에서 왠지 다크 스토커즈 전국대회 예선 같은걸 했는데, 그때 전국대회 진출권을 따냈다;
- 그리고 전국대회 32강에 들기까지 약 9회 정도의 예선을 거쳐야 했는데, 8회쯤에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함. 상대는 모르간 짤짤이에 너무나 능했다 ㅜㅜ 아직도 그 이지선다 플레이가 기억날 정도;
- 나와 함께 갔었던 아버지는 본선 진출에 실패해 실망하는 내 모습을 보고 대회 진행자 중에 한명과 뭔가 얘기를 하더니 상품을 하나 얻어내어 나에게 주었는데, 그것이 무려 ‘파워 글러브’였다;;;
- 파워 글러브가 어떤 물건인지 알게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게 남은 재고를 당시 게임 대회 등등의 행사에다가 무차별하게 뿌려댄 것이 아닌지 살짝 의심하고 있다. 당시에 게임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 아저씨들은 당연히 게임에 대해 무지했었고, 파워 글러브가 의심의 여지없이 흥하는 아이템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 당시의 나는 패미콤 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파워 글러브를 실제로 써본 일도 몇 번 없었다. 그럼에도 위의 일 때문에 파워 글러브를 보면 자연스레 다크 스토커즈가 생각나게 됨.
아랑전설 2
- 아랑전설 2도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기억에 남게된 게임인 듯.
- SNK는 당시에 신기한 게임 시스템을 많이 생각했던것 같다. 용호의 권은 화면 확대/축소와 기모으기 시스템이 들어가 있었고, 얼굴을 맞으면 얼굴이 퉁퉁 붓기도 했다. 아랑전설 2는 독특한 레인(Lane) 시스템이 있었지. 외나무 다리 같은 2D 게임 스타일을 탈피해보고자, 외나무 다리 하나를 더 놔준 모양새 정도로 기억함.
- 이 레인 시스템이 경우에 따라선 훌륭한 도망치기 시스템이 되기도, 야비로운 플레이의 초석이 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함.
- 아랑전설을 기억에 오래 남게 한 또다른 이유는, 딸피일 때만 쓸 수 있는, 어려운 커맨드의, 일발 역전이 가능한, ‘초필살기’ 시스템을 처음으로 내게 알려준 게임이기 때문인듯. 테리의 파워 게이져나, 앤디의 초열파탄의 비주얼과 박력은 아무런 이펙트 없는 승룡권만 보던 소년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 아, 그리고 김갑환이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처음 선보여진 게임이기도 했다. 그런고로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던 그 시절 동네 초딩들에게 인기를 누릴만 했다고 봄. 그리고 초필살기 ‘봉황각’의 박력 또한 일품.
- 그리고 왠지 다른 캐릭터들은 생각이 잘 안나;;; 이건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난 후기는 하지만) 그 후 등장한 킹오파 시리즈를 훨~씬 오랫동안 플레이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