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생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순간들 (1)
01 May 2017일하다 지쳐 생각없이 쓰는 뻘글. (원래 일을 하다가 보면 이런 일이 너무 재밌어질 때가 있다;)
이스 1
- 초딩때, PC 버젼의 이스를 먼저 플레이 해봄. 그래서 오랫동안 주인공 이름이 에릭인줄 앎.
-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던 만큼, 어딘가에서 공략집을 주워보며 게임을 진행하여 어찌어찌 엔딩을 봤는데, 엔딩에 나오는 탑의 모습은 머리 속 한켠에 계속 자리잡고 있다.
- 윈도우 시대로 넘어간 시절, 이스 이터널이 나오고 난 후 언젠가 게임 잡지에서 번들로 나눠준 일이 있어 다시 붙잡음
-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스 이터널의 보스전 난이도는 어렵기로 유명한데, 그중에 바주리온(박쥐로 변하는 보스)와 마지막 보스인 다르크 팩트는 정말 정말 어렵다;
- 다르크 팩트를 연짱 3시간 트라이하다가 지쳐서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서 2시간 정도 더 트라이하고 결국 초딩때 봤던 탑을 다시 구경할 수 있었다. 잠을 잔 시간까지 합치면 도합 8시간;;
울티마 5
- 초딩때 울티마를 구할 수 있었는데, 영어를 할 줄 모르는데다 울티마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you 대신 thou, thee 를 쓰는 등등 고전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로 알아 들을 수 없어서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 그래서 잘 모르겠는 채로 재미없게 플레이를 하던 도중(초딩 때 다른거 할게 없으니), 어딘가에서 해적선과 마주쳐서 해적을 상대했고, 이겼다.
- 어라? 해적을 이기니 해적선을 뺏을 수 있네? 그리고 나에게 울티마 5는 (게임의 진행과는 전혀 상관없이) 항해를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울티마 8
- 그러다가 94년이었나 96년이었나? 울티마 8이 나온다. 돈 없던 중딩시절 용돈을 모아 정품을 사게 되었다.
- 울티마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울티마 8 욕을 해대지만, 난 왠지 아바타의 세심한 컨트롤을 할 수 있었던 울티마 8이 재밌었다. 문제는…
- 내가 그때 가지고 있었던 컴퓨터가 초딩 5학년떄 샀던 386이었는데, 이놈의 게임이 어마어마하게 느리게 돌아갔다는 것; 486DX는 되야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들었음. 울티마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항상 당대의 PC 최고 사양을 요구했던 게임이었다; 심지어 울티마 5도 당시 컴퓨터의 기본 메모리를 512KB에서 640KB로 늘리게 한 주원인이었다고 함.
- 너무 느려서 게임을 많이 진행하지는 못하고; 언젠가 더 좋은 성능의 컴퓨터를 사게 되면 해야지… 하고 기다리다가 매우 나중에 펜티엄 PC로 바꾼 뒤에 시대는 이미 윈도우로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울티마 9가 나오고, 망했지.
어나더 월드
- 당시 패키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서 샀던 기억이 난다. (18000원 정도?)
- 내 취향은 바탕 그림이 못생겼어도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우면 더 좋아했다. 4D 복싱이라는 게임도 같은 맥락에서 참 열심히 플레이함.
- 어나더 월드는 그 전에 페르시아의 왕자를 재밌게 했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리고 페르시아의 왕자보다 더 섬뜩한 데스씬도 보여줬다;
- 처음에 인간 주인공과 함께 갇혀 있는 외계인 동료를 구해준 뒤 외계인 동료가 ‘마이뚜~바~’라고 들리는 정체불명의 말을 하는데, 왜 난 이게 지금도 웃긴지 모르겠음;
- 그리고 감동의 엔딩씬… 감동의 음악; 익룡 같은 것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역시 뇌리에 콱 박혀서, 발매 20주년 기념 어나더 월드 아이패드 버젼도 말없이 사게 만들었다.
대마계촌
- 매우 어린 시절, 친구가 가지고 있는 패미콤 게임기에서 패미콤용 마계촌을 해보고, ‘뭐 이렇게 어렵고 자비없는 게임이 있지’라고 생각함
- 그리고 왠지 우리나라에서 발매한 마계촌 보드 게임만 재밌게 하다가, 게임센터에 그래픽이 향상된 대마계촌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플레이 시작
- 하고 놀 수 있는게 몇 가지 안되고, 돈이 없어서 매 트라이마다 정신 집중을 1000%할 수 있는 초딩의 나는 어느 순간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하게 되었다 (!). 막판 보스가 의자에 앉은 빨간 피부의 커다란 악마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 그리고 가끔씩 에뮬을 돌려보다가 대마계촌을 보면 플레이를 하곤 하는데, 할 때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원코인 클리어했단 말인가’하고 다시 고이 접어넣는다;
- 그러고보니, 영문판 제목이 “마계촌” -> “고스트와 고블린”, “대마계촌” -> “구울과 고스트”구나; 무조건 G&G라는 이름을 쓰고 싶었나 보다. Dungeons & Dragons나 Tunnels & Trolls 처럼;